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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를 만난사람들 - 앙굴리말라의 고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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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8   2018.01.04 23:58

본문

오랜 세월 기대를 버리지 않은 아버지 어머니에게 제가 할 수

있는 마지막 길은 범천에 태어나 성자가 되는 것뿐이었습니다.

전 곧장 부엌으로 달려가 날이 가장 잘 선 칼을 골라 거리로 달

려 갔습니다. 마침 어린 시절 친구 하나가 골목을 들어서고 있

었습니다. 화려한 비단옷에 온갖 장신구를 걸친 그는 반가운 듯

팔을 벌리며 다가왔습니다. 저는 그 친구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

습니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멀뚱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린 시

절 친구에게 전 말했습니다.

"나는 너를 삶의 구속으로부터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사방으로 튀는 피와 주위의 비명 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옛 친

구의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그도 장사로 한 몫 잡았는지 손가락

마다 반지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거리에서 부딪치는 사

람마다 "그대를 해방시켜주노라"는 회마디 말만 던지고 칼을 휘

두르고 손가락을 잘랐습니다. 곧 온 마을에 소란이 일어났습니

다. 어디선가 몽둥이와 칼을 든 사람들이 나타나  제 주위를 에

워쌌습니다. 전 손아귀 가득 손가락을 쥐고 인근 숲으로 달렸습

니다.

얼마나 달렸을까, 함성 소리는 아득히 멀어지고 주위는 낯선

풀과 나무들로 가득했습니다. 바위틈으로 기어들어가 한숨 돌리

자 그제야 제 모습이 보였습니다. 옷은 피와 땀으로 엉겨 붙었고

머리와 다리는 온통 먼지 투성이었습니다. 게다가 손아귀엔 핏

기가 채 가시지 않은 손가락들이 가득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

란 전 칼과 손가락을 버리고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어떻게 내갸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과연 사람인

가 짐승인가?"

사방에 어둠이 짙어지면서 후회와 두려움에 떨던 제 가슴도

얼마만큼은 진정되었습니다. 전 스스로 다그쳤습니다.

"이건 특별한 사람에게만 전수되는 비결이야,후회와 번민이

일어난다는 건 아직 논재에 대한 집착이 나에게 남은 탓일거야

내가 할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스승님의 가르침을 실천하

는 일뿐이야."

피와 먼지를 씻을 겨를도 없이 다시 칼을 쥐고 마을로 향했습

니다. 그러나 이미 온 마을이 횃불을 밝히고 건장한 사내들이 칼

과 몽둥이로 지키고 있었습니다. 갈곳이 없었습니다.후미진 골

목을 돌아 조심조심 집으로 향햇습니다. 풀이 무성한 마당을 지

나 튀틀린 방문을 몰래 열고 들어섰을때 밤늦도록 바느질하던

어머니는 놀란 기색이 역력햇습니다. 어머니는 영문도 묻지 않

고 깨끗한 물을 거져다 절 씻겨주고 음식을 가져왔습니다. 허겁

지겁 음식을 먹고 난 저는 언젠지도 모르고 어머니의 다리를 베

고 잠이 들었습니다. 아차 싶어 눈을 떳을땐 이미 동녘 하늘이

희끗히끗 밝아올 무렵이었습니다. 어머니 그때까지도 제 머리맡

을 지키고 계셨습니다.눈에 가득 눈물을 머금고 긴 한숨만 내쉬

는 어머니에게 전 들뜬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어머니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의 아들은 지금 가장 성스러운

길을 걷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삶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한 중생

의 속박을 풀어주고 그 공덕으로 지고한 범천의 세계에 태어날

것입니다."

"아힘사까, 이곳도 안전치 못하다, 어디에 숨을 거냐?

"사욋티 외곽 잘리니 숲에 있겠습니다. 나무가 우거지고 맹수

들이 우글거리는 그곳이면 절 찾지 못할것입니다."

"알았다. 내 어둠을 틈타 그곳으로 널 찾아가마"

전 칼과 손가각을 챙겨 들고 태쳐 잘리니 숲으로 숨어들었습

니다. 온 마을에 소문이 퍼진 이상 쉽사리 목숨을 내놓을 사람

은 없을 것입니다. 이런저런 궁리 끝에 "아이들이라면 쉽게 죽일

수 있겠다" 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 칼을 숨기고 마을로 숨어들

었습니다. 골목 끝 공터에서 아이들이 재잘거리며 놀이에 여념

이 없었습니다. 전 여유롭게 다가가 해맑은 미소로 반기는 아이

들을 모조리 죽였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의 손가락을 잘라 꾸러

미에 꿰었습니다. 너무도 손쉬웠습니다., 그렇게 서너 마을을 돌

자 어느새 손가락 꾸러미는 묵직해졌습니다.

숲으로 돌아온 전 흐뭇한 마음으로 손가락 수를 세며 "내일도

오늘처럼만 하면 곧 범천에 태어날 길이 열리겟구나"고 흥얼거

렸습니다. 그리고 밤을 틈타 어머니가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고

편안히 잠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이튼날 날이 밝자 상황은 달라

졌습니다."아이들을 잡아가는 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아이들 그림자는 찾아볼수 없고 거리마다

건장한 사내들이 무기를 들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낙심한 전 숲으로 돌아왔고 방법을 달리해 숲을 지나는 사람

들의 뒤를 노렸습니다. 갑자기 나타나 시뻘건 눈빛으로 칼을 휘

두르른 저를 보고 사람들은 손가락 목걸리를 걸고 다니는 자라

며"잉굴리말라가 나타났다"고 소리쳤습니다. 그렇게 며칠이 지

나자 이젠 숲을 지나는 사람조차 자취가 끊어졌습니다.간간이

지나는 이들이 있긴 했지만 이미 소문을 들은 그들은 몇 십명씩

무리지어 횃불을 들고 지나갔습니다. 초조한 맘에 손가락 꾸러

미를 세어 보았습니다. 스승님께서 말씀하신 숫자에서 딱 한

사람이 부족한 99개였습니다. 손가가 꾸러미를 목에 걸고 미친듯

이 온 숲을 헤집고 다녔지만 숲엔 짐승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습

니다."딱 한 사람만 더 있으면 "하는 조바심으로 눈이 번들거리

고 가슴엔 불길이 치솟았습니다.

그때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기쁨으로 가득 차 달

려가보니 어둠을 틈타 음식을 가져오는 어머니였습니다.기대

와 실망이 교차하던 순간 "가장 큰 애착의 대상인 어버이를 죽이

고 만인이 존경하는 성자마저 죽일수 있다면 이미 모든 삶의

애착으로부터 벗어난 것이고 죽은 뒤엔 대범천에 태어날 것이

다고 했던 스승님의 말씀이 생각났습니다. 어머니가 음식 꾸러

미를 내려놓기도 전에 저는 왼손으로 어머니의 머리칼을 움켜쥐

고 오른손으로 칼을 들이밀었습니다.

"어머니 잠시만 그렇게 계십시오. 제가 삶의 구속으로부터 어

머니를 해방시켜드리겠습니다."

어머니는 음식을 조심스럽게 땅에 내려놓고 눈을 감으셨습니

다. 아 목을 길게 내놓으시던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면 지금도

온몸 털구멍마다 피가 솟구칩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만류하

는 제자들의 손길을 뒤로하고 여래께서 저를 제도하기 위해 잘

리니 숲으로 찾아오셨던 겁니다.

달도 없는 한밤중인에 온 숲이 환히 밝아오고 새들이 지저귀

는 것 아니겠습니까? 전 놀란 마음에 "군사들이 횃불을 들고 나

를 잡으로 왔나보다"여겨 칼을 거두고몸을 낮췄습니다. 헌데

가만히 살펴보니 웬 수행자가 홀로 걸어오는 것이었습니다. 그

자의 몸 주위엔 알수 없는 신비한 빛이 감돌고 있었습니다.

"어머니 아마도 저분이 제석이거나 범천일것입니다. 저의 노

력이 이제 결실을 맺나 봅니다."

"아니다 저분은 제석도 범천도 아니란다 저분은 이세상에

서 가장 존귀하고 훌륭하신 세존으로 존경받는 사문 고따마시

란다"

잘 되었군요 저의 스승께선 만인이 존경하는 성자를 죽일수

있다면 곧장 범천의 세계에 태어난다고 말씀하셧습니다. 어머니

잠시만 여기 계십시오 사문 고따마를 죽이고 나서 어머니가

가져오신 밥을 편안히 먹겠습니다"

저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고 손아귀에 힘을 줘 칼을 쥐고는 훤

히 비추는 광명을 향해 달려가며 소리쳤습니다.

"사문아 너는 이제 내 손아귀에 들어왓다. 겁도없이 혼자 왔

구나 너는 이제 죽은 목숨이다"

고함 소리에 걸음을 멈춘 사문은 곧 발길을 돌려 천천히 왔던

길를 되밟았습니다. 도망가기 전에 잡으리란 생각에 있는 힘을

다해 달렸지만 말이나 코끼리도 따라잡던 튼튼한 다리가 어찌된

일인지 천천히 걷는 사문을 따라잡을수 없었습니다. 턱에 걸리

는 숨을 도저히 참을수 없어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습니다.

"멈춰라 이 겁쟁이 사문아"

사문은 천천히 걸으며 저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멈추었는데 그대가 멈추지 않는구려"

전 가쁜 숨을 토하며 말했습니다

"도망가면서 도리어 멈췄다고 말하고 이렇게 서 있는 나더러

멈추지 않는다고 하니 그게 무슨 말이냐?

그때 사문이 몸을 돌려 부드럽고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나는 해치려는 마음 모두 멈추었는데

그대는 해치려는 마음 멈추지 못하는구려.

나는 자비심에 머물러 일체중생 사랑하는데

그대는 악업과 삼악도의 고통 멈추지 못하는구려.

나는 번뇌 망상끊고 진리에 머무는데

그대는 진리를 보지 못해 번뇌 망상을 멈추지 못하는 구려.

 

불기2562무술년1월4일 경일암 대작불사발원 성행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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